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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LOURIOUS BASTERDS를 보고 왔다.

이런 영화가 아니에요(웃음)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환타지는 필요한 법이다. 암, 그렇고 말고


Chapter 1
쿠엔틴 타란티노란 감독을 볼때마다 떠오르는 건? 폭력성? 수다? 독특한 구성? 일전에 [저수지의 개들]로 영화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후, 펄프픽션으로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 한 후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집어 낼 수 있는 그만의 특징이 뭘까? 지금까지 슬금슬금 냄새를 풍기던 이름모를 악취를 이번에는 알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정말이다. 그는 새디스트다. 관객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부숴버리는 데는 탁월한 재능이 있다. 농담이 아니다.


Chapter 2
화면에 어쩐지 모르게 키득거리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오프닝이 지나면 갑자기 어느 한적한 프랑스 농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몰입된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저 프랑스 농부는 뭐지? 한가닥 하게 생겼는데, 어쩌면 전직 레지스탕스라든가 하는 궁금증을 실컷 부풀려놓는 씬은 갑자기 기대를 빗나간다. 그래도 우리 관객들은 알고 있다. 비참한 장면에선 비참해야 한다. 슬픈장면에선 슬퍼야 하고, 감동적인 장면에선 감동적이어야 한다. 그 기대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관객은 재미를 잃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그 재미줄을 잡고 놔주질 않는다. 

Chapter 3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발키리가 떠올랐다. 이미 실패한 암살음모란걸 모두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화면에 몰입시킬수 있는지가 궁금했던 영화. 사실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는 데는 그런 위험부담이 따른다. 우리는 모두 역사가 어찌해서 어찌되었다 정도는 알고 있으니 그 결말까지 달려가는 과정이 시시해선 안된다. 모든 역사물 감독들에겐 그런 무거운 부담이 주어진다.
하지만 타란티노, 이 양반은 그 기대를 여지 없이 배신한다. 포스터부터 반칙이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는 신나게 나치를 때려잡는 영화가 아니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과 클리셰들이 묘하기 비튼 다음, 시원섭섭하게 버무려 내는 솜씨가 굉장하다. 챕터가 전개될 수록 키득키득 웃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후레자식들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지, 뜬금없는 음악, 뜬금없는 캐릭터들이 뜬금없는 클라이막스로 수렴되는 동안 벌어지는 타란티노 특유의 반할리우드적인 캐릭터사랑까지. 그리고 단연코 올해 최고의 영화로 만들어준 뜬금없는 결말까지. 중요한 역할일 것 같은 캐릭터를 가차없이 퇴장시켜버리는 솜씨엔 이젠 노련함을 넘어선 느긋함 마저 느껴진다. 
"왜이래, 중요한건 이 녀석이 아냐. 이야기에 집중하라고 이야기." 그렇다고 캐릭터를 빚어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주인공이 아닌가 의심되는 한스 란더 대령의 그 주절거림은 이제는 타란티노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돼버렸지만 이거 왜이래, 내 장기를 보여달라고? 그래 보여주지하면서 쏟아내는 수다의 향연, 게다가 그 수다와 함께 조각나며 대령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파이가 선사하는 긴장감은 또 어떠한가? 아니, 지하주점 시퀀스에서의 대화는 이맛에 타란티노를 즐긴다 싶을 정도로 팽팽한 텐션이다. 가뜩 조인 기타줄이 끊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보다 1.37배는 아슬아슬한 쫄깃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타란티노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인 음악 또한 기차다. 특히 마지막 영사실 씬에서의 총격전에서 튀어나오는 음악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올해 최고의 영화에 놓기에 주저함이 없게 만들어준다. 조심스레가 아니라 확실히! 

chapter 4
영화관을 나오면서도 내내 즐거운 느낌이 유지되는 영화는 적지 않다. 그러나 포스터를 보면서 다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영화는 많지 않다. 혹시 이 영화는 나치학살극이 아니라 영화의 위대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해주는 영화가 아닌가? 전직 비디오샵점원출신의 키 큰 턱주가리 수다쟁이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어때, 한방 먹었지?" 이제 다시 한번 말할 수 있다. 타란티는 거장이다. 이 구라빨 쩌는 심술궂은 감독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이다. 어처구니없는 결말이라곤 하지만 이만하면 어른들을 위한 불량환타지로는 꽤나 적당하지 않은가? 단연코, 강추 별 다섯개!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는 한스 란더란 캐릭터다. 정말 이 배우 정말 밉살스럽다... 어떻게 이 새끼가 간지나게 죽어야 할 텐데, 재주좋게 빠져나가나 싶더니 그래도 브래드피트는 연습할수록 좋아진다는 걸 증명해보이는 장면에선 약간 감동 ☆ 
쇼샤나의 복수극도 그렇고 나치학살특공대의 코믹한 학살도 양이 조금만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원래 반접시만 더 먹고 싶을때 식사를 그만두는게 가장 좋다고 하지 않는가. 뭐 그렇다 해도 세가지 줄기의 이야기가 하나로 묶이면서, 극장학살씬에서 그녀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갈 때는 짜릿하다 못해 기가막힐 지경이다. VIP석에서 mp44를 난사해대는 이태리인으로 가장한 두 바스터즈는 이태리 마피아스러워서 웃겼고, 오히려 순진해 보이는 히틀러는 되려 불쌍할 지경이고, 프레데릭 졸더라는 고뇌하는 젊은 전쟁영웅기믹이, 함줄테니 문닫고와라라는 쇼샤나의 떡시그날(훼이크다 병시나!)을 보내자 대뜸 문닫으러 가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져나온다. 아니 이 영화는 온통 웃음이 가득하다. 만약 역사가 이랬다면... 정도가 아니라 "이건 어때?"하고 과감히 나치 인간말종들을 한방에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장면에선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 

여튼 타란티노에게 찬사를! 

by 17호 | 2009/11/04 00:20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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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놀자 at 2009/11/04 01:19
이거 전국에 다 개봉했나요?
Commented by 현골 at 2009/11/04 02:01
아...극장가고 싶어지잖아요, 현기증난단말이에요.
Commented by 현골 at 2009/11/04 02:02
그건그렇고 일칠호선생님의 이글루라니! 구경하겠스빈다.
Commented by 파르마콘 at 2009/11/05 18:49
문닫고오겠습니다.
Commented by Deceiver at 2009/11/11 01:59
볼지 말지 굉장히 망설여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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